작년부터 무안평통자문위원들은 금강산 삼일포 농장에서 봄철에는 모내기와 가을철에는 벼 베기 사업을 하고 있다. 예년에는 자문위원이 되었다 하면 2-3차례 해외연수 나가는 것은 기본이었다는데, 12기부터는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한 치열한 토론 이후 위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대북지원 사업에 나선 것이다.
지난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있었던 모내기는 두 번째 참여하는 사업이다. 작년에는 200여명이 넘는 자문위원과 일반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함께 했는데 금년에는 60명만 참여했다. 그중에서 우리 무안 지역의 16명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민주평통에서 온 사람은 무안협의회의 16명과 서울 도봉구의 6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몇 사람씩 온 것이다. 남북간의 현 정세를 반영한 듯 했다.
무안에서 금강산으로 가는 차 속에서 현재의 남북관계와 앞으로의 통일전망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어떤 위원은 ‘이번 모내기 행사에는 작년 두 번의 행사보다 훨씬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왜냐하면 ‘새 정부 들어 처음 맞는 대북사업이고 계속적인 남북교류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방향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어떤 위원은 ‘새 정부가 남북관계 만큼은 전향적으로 나섰으면’하는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더 많은 자문위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통일 교육과 준비를 하자’는 자문위원도 있었다.
금강산은 이번에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언제 보아도 당당하고 의젓한 모습은 한민족의 자주적인 기상을 보여주는 듯 했고 철조망 너머 북녘주민들의 모습도 예전에 비해 훨씬 자유스러워지고 옷 색깔도 다양해졌다. 맞아주는 접대원들의 표정도 다름이 없었다.
단지 농장에서 북녘 동포는 볼 수 없었다. 작년에는 주변에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모내기는 무안 사람들의 독차지였다.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이 모를 심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안 사람들은 거침이 없었다. 한 포기 두 포기 심어가는 우리들의 마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 벼가 통일의 씨앗이 되어 하나 된 민족의 영광이 맺기를 기원했다.
새참에 맞보는 북녘의 막걸리는 왜 그리 맛있었는지, 온정리의 농기구 수리 센터는 북녘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했고, 금천리 농장에서 따 먹은 오이는 달콤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삼일포에서 모 심기에 고생했다며 불러주는 접대원들의 통일노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의 염원에 대한 간절함이 구절구절 스며 있었다.
중국의 지진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아프리카 난민 돕기 등을 비롯하여 세계각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민족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데 왜 같은 민족을 돕는 데는 그렇게도 인색해야할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동포의 어려움을 애써 외면하려는 그들의 좁은 생각이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 속에서 피곤함 대신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여겨진다.
‘북쪽에서 모 심을 때 무슨 생각 했어요’ 라고 물어보는 부인의 말에
‘희망을 심고 왔네’ 라고 말하는 내 말에 힘이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