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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 탈냉전이 북한체제 생존 보장 비상구

작성자 : 황흥룡ㅣ2008.05.28ㅣ조회수 :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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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탈냉전이 북한체제 생존 보장 비상구

황흥룡 | 서울강북구협의회 자문위원

우리 민족의 21세기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4강과의 역학구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신의 위상을 정립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는 이미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에 오늘날의 국제정세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전개되던 현실을 냉엄하게 파악해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국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이러한 1세기 전의 역사적 비극을 우리 민족의 21세기를 논의 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탈냉전 기류, 동북아 시대정신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동북아 정세는 냉전체제의 긴 동면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은 동북아에서도 예외 없이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한반도가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탈냉전의 기류가 동북아에서도 지배적인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패권구도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변함없는 강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몰락 이후 어쩔 수 없이 지난날의 면모를 잃고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정치, 군사적 대국에서 이제는 경제대국으로 위상을 높여가며 21세기의 패자를 자처하고 있다. 일본 역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에 상응하는 정치, 군사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중국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4강의 각축구도 한가운데 분단의 멍에를 짊어진 한반도가 있다.

따라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강의 각축은 우리 민족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동시에 우리가 4강의 패권 다툼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다는 말이다. 21세기 동북아의 질서는 이러한 역학구도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립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우리 민족의 21세기도 그러한 틀 속에서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우리 민족의 생존 전략에 유리한 방향으로 주변 4강과의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주변 4강의 과도기적 경쟁체제를 주의 깊게 관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는 21세기는 바로 이러한 역학구도 속에서만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과 탈냉전이 뒤섞여 공존하는 지역이다. 중국과 북한의 존재가 이를 말해준다. 중국의 &lsquo사회주의 시장경제&rsquo는 그 묘한 모순어법이 말해주는 것처럼 탈냉전의 기류를 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대국으로서의 냉전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북한은 체제의 생존을 건 냉전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북한 역시 장기적으로 볼 때는 탈냉전의 세계사적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탈냉전이야말로 북한 체제의 생존은 보장하는 마지막 비상구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북아에는 냉전과 탈냉전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은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의 동북아의 패권적 질서가 냉전시대의 그것에서 탈냉전시대의 그것으로 이행하는 것과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냉전시대에 동북아를 규정하던 패권적 질서는 서서히 와해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미국과 함께 이 지역에서 한 축을 형성했던 소련의 몰락은 이미 그러한 패권적 질서가 와해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시급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과 일본이 소련의 몰락으로 인해 생겨난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고 그동안 체제를 정비한 러시아가 다시금 구소련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동북아에는 탈냉전의 흐름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주변 4강들 간에 견제와 균형, 그리고 협조와 경쟁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작용하면서 새로운 패권적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동북아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민족 역량의 통합을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다. 남과 북이 민족적 역량을 통합해 대처하지 않으면 남과 북은 주변 열강의 각축에 휘말려 역량을 소진한 채 각기 새로운 패권구도의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비운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만약 우리가 지금과 같이 분단으로 인해 계속해서 민족적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패권적 질서 속에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형해(形骸)화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1세기 전에 경험했던 역사적 비극을 되풀이하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 통일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통일 이전이라도 민족적 역량을 통합,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냉전체제에서 벗어나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조류에 편승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남한과 수교를 한 상태이므로 북한이 무국, 일본과 수교를 한다면 주변 4강에 의한 남북한의 교차 승인이 완료돼 평화체제로의 이행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른바 2+4 체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2+4 체제가 분단체제를 고수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한반도에서 전쟁은 통하지 않고 평화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 달리 없다는 점에서 2+4 체제는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민족은 이러한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그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힘을 합쳐 4강의 패권구도에 대응하는 민족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1세기 우리 민족의 생존 전략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적대관계 청산, 민족의 생존전략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남과 북 어느 쪽도 독자적으로 새로운 4강의 패권구도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우리가 주변 열강들의 각축 속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는 시급하게 청산되어야 한다.

그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진되었던 민족적 역량을 미래 지향적으로 통합해내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의 21세기는 지극히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에게 21세기는 기회의 한 세기이자 위기의 한 세기이기도 하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민족적 역량을 통합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탈냉전의 세계사적 흐름은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조건 속에서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 민족 구성원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민족사의 웅비(雄飛)를 위한 역사적 대장정(大長程)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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