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도 개성을 다녀와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평창군협의회장 신대송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지도 벌써 3년째가 되어가고 그동안 수고하신 여러 위원들과 뜻있는 경험도 하고 싶어 개성을 다녀왔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협의회 활동과 자문위원으로서의 역할이 세삼 중요함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그야말로 산 경험을 한 것 같다.
더욱 값지게 생각되는 것은 협의회 활동에 관심이 부족했었던 자문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는 물론 지역협의회 차원에서도 중앙사무처와 호흡을 맞추어 한 차원 높은 실질적인 일을 추진해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데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또한 매스컴을 통해 개성과 관련한 관광, 공업지구 등에 대한 실상은 수 없이 들었지만 당일 코스로 고려역사의 문화유적지와 개성공업지구를 연계해서 관광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 해도 지난날에 상상도 못했던 남북관계가 진전된 결과인 것 같고, 이러한 인도적인 노력 속에 문화가 공유되고 아울러 경제협력을 통한 실리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희망의 현장을 볼 수 있어서 그 어떤 관광보다도 좋은 체험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북한 출입사무소의 까다로운 입경수속에서부터 일정한 지역 외의 사진촬영 금지와 촬영된 자료의 검사,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표현 제한 등 통제위주의 관광은 늘 편안함과 자유로운 생활이 몸에 베인 우리로서는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아 이렇게까지 굳이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북한 측에 대한 조금의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어렵게 통과한 북측 출입사무소를 막 뒤로하자 처음 보는 분홍색 아카시아 꽃을 비롯하여 늘 보는 산과 들이 우리를 반겼지만 왠지 모르게 북한이라는 선입감에 마음을 줄 수가 없었는데 개성공단과 한창 공사 중인 건설현장은 여기가 북한이라는 낯설음을 쉽게 잊게 해 주었다.
마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상징물을 스릴 있게 교차시켜 희망과 절망의 공간속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는 색다른 곳인 것 같았다.
개성시내는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모습이었다. 주민들의 허름한 옷차림과 그을리고 무표정한 얼굴, 낡은 상점건물과 어색한 간판, 섬짓한 문구의 붉은색 구호를 보면서 한 쪽은 너무 많이 누리고 살아 걱정이고 한 쪽은 너무 모자라 보이는 대조적인 눈앞의 현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여행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조건 내려서 아무 이유 없이 주머니에 있는 동전까지 모두 털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함께 했던 위원님들 누구나 다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마음속 깊이 꿈틀거리는 조건 없이 주고 싶은 마음은 아마도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에서 오는 연민의 정이고, 그들보다 더 많이 누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관심의 마음도 생각에만 그쳐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가울 뿐이다.
북한에서는 자전거를 유일하게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주는 관계로 자전거가 눈에 많이 띄었다. 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훨씬 활기차 보였다. 공동의 가치를 더 중요시 하는 북한에서도 내 것이라는 소중함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나 내 것을 자유롭게 인정해 주기 때문에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해서 문제인데 북한에서는 내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자전거가 유일하다보니 자식처럼 소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에 있는 하루 만이라도 마음껏 누리고 살 수 있는 삶의 환경에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워있는 모습으로 임신한 배에 손을 얹어 놓은 듯한 모습의 송악산,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인 박연폭포, 관음사는 말 그대로 명승지였다. 함께 어우러지고 있는 산과 물도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것 같았다. 나름대로 보전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점심은 북한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깔끔한 &lsquo개성 13첩 반상기&rsquo가 나왔다.
이참에 평양냉면도 함께 맛보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산해진미도 안 맞은 사람이 있었다. 미국인 여행객이었다. 여행객을 위한 햄버거와 토스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단순히 ´혀의 경험&prime이 아니라 소통의 매체라는 황석영의 말을 빌리자면 북한 안내원들에게는 미국인이 더 없이 불편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왕 개성에 왔으면 북한의 음식이라 생각하지 말고 문화를 맛보는 것도 미국인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 이상의 의미를 보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개성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신비의 땅인 것 같다.
700여 년 전의 문화에 얹혀 있는 초라한 북한의 실상, 그리고 한반도의 무궁한 번영과 도약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개성공단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은 남북간의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남과 북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 여건을 활용하여 남한은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은 토지와 우수한 노동력을 공급하여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민족경제공동체 형성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사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면서 어느 분야보다도 남북간 교류협력의 가능성이 큰 분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금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너무나 많이 걸어온 것 같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부족은 조금씩 나누고 보태면 되지만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쓸모없는 갈등은 아까운 시간과 경제적 손실만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용정부의 입장도 이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생각의 폭을 좁히는데 북한이 먼저 변해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분위기인 것 같다. 너무 깊게 걸어 잠근 북한의 실상이 너무나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같은 희망의 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평양, 백두산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우리의 생각과 발길을 닿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민간차원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한 부분에 우리 평창군 협의회가 작은 몫을 맡아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일을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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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폭포앞에서 자문위원과 함께...필자는 왼쪽에서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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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주평통평창군협의회 033)333-43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