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흥룡 | 서울강북구협의회 자문위원
여러분은 혹시 자신이 지금 쓰고 있는 말이나 글에 대하여 고맙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대기 중에 살면서 숨을 쉴 수 있는 공기의 고마움은 모르고 지내기 쉽다. 또 아버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 속에 살기 때문에 부모의 은혜를 헤아리지 못하고 지내기 쉽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 땅에서 아무런 불편을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에 미처 내 나라의 말과 글에는 신경이 무디어져 그런 걸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땅을 벗어나 남의 나라에 가 보았을 때는 우리의 말과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독창적인 글 ‘한글’은 알다시피 지금으로부터 5백여 년 전 세종대왕께서 여러 학자들과 더불어 연구하여 창제한 글자이다.
이 자랑스러운 우리글이 오늘 이처럼 자유롭게 쓰이기까지는 그 동안 많은 시련과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세종대왕께서 많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독창적인 닿소리 열여덟 자 와 홀소리 열자, 모두 스물여덟 글자를 발명해 냈다는 것은 우리나라 5천 년 역사 속에 가장 뛰어나고 자랑스런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세계 160개 나라 중에 자기의 독창적인 문자를 갖고 생활하는 나라는 불과 약10여 개 국가밖에 안된다. 우리보다 문자를 발명한 시기가 훨씬 앞섰다는 중국의 경우를 보면 그 글자의 수가 너무 많아서 중국사람 자신도 제 나라 글자 수가 몇인지 알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런데도 글자를 필요에 따라 자꾸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 글자 가나를 보면 그건 완전히 중국의 한자에서 한쪽 변을 따다가 만들어 낸 모방 글자이다.
거기 비하면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글자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독창적인 글을 쓰면서 세종대왕을 비롯한 슬기로운 우리 조상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일부 줏대 없는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다른 나라말, 다른 나라 글을 숭상하면서 우리말 우리글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겠다. 한글날을 맞이하고 내가 한글을 얼마나 정확하게 쓰고 있는가를 한번쯤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