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복 강요한 대북정책, MB의 자승자박"
[평화와 통일] 김두현 "남북 신뢰회복이 우선..정상선언부터 인정해야"

2008년 11월 25일 (화) 23:50:39 평화뉴스

올 것이 왔다.
남북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던 개성관광이 12월 1일부터 중단되고 지난해 5월 17일 시범운행을 거쳐 12월 11일부터 남측의 문산역과 북측의 봉동역을 오가던 경의선 화물열차가 멈추게 되었다. 분단이후 한반도의 끊어졌던 혈맥을 다시 잇게 했던 동쪽의 금강산 관광과 서쪽의 개성관광이 끝내 중단되고 만 것이다.

북은 지난 10월 28일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삐라 살포’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고 11월 12일에는 판문점 직통전화를 폐쇄하고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차단하겠다는 통보를 통해 꾸준히 대북정책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북의 거듭된 경고를 애써 무시해 왔다.

"누가 예측하기 어렵고 신뢰하기 어려운가?"

남북관계가 시계제로 상태이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무사태평이다. 아직도 왜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각종 라디오 프로에 출현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예측할 수도 없고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는데, 북한 정권은 가변적이고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정권"이라고.

그런데 가만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현재의 이명박 정부와 북한 중 누가 가변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가? 북은 이명박 정부에게 꾸준히 6.15 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선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해왔다. 대북비난 삐라 살포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왔고 실제 사전 행동을 통해 이번 조치가 나올 것임을 충분히 예고해왔다.

이번 조치는 아무런 예고 없이 어느날 불쑥 이루어진 조치가 아닌 것이다.
북의 일관된 메시지를 무시한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도 말로는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에 대해 만나서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이 대통령은 방미중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하는 것이 최후의 궁극목표라며 공공연히 흡수통일을 주장하였다. 과연 누가 예측하기 어려운 정권인가?

또 박 대표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개성공단 문제도 다 합의해놓은 걸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 그렇게 해서 무슨 상호 신뢰를 하겠느냐."고.

말이야 바른 말이다. 다 합의해 놓은 것을 깨면 안된다. 그런데 박대표가 잊고 있는게 있다. 개성공단은 6.15공동선언이 낳은 옥동자이다. 6.15공동선언 4항의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만든 공동공간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인력수급이 원활해야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하기 위해 합의한 기숙사 건립을 남이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 현재 남과 북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길을 닦은 문서이자 남과 북의 최고당국자가 합의하고 국제사회가 보증한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거부하면서 북에게 합의 위반과 신뢰파기를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닌가?

"통미봉남은 북의 전술이 아니라 남이 자처"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공조가 튼튼하고 오바마도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북의 ‘통미봉남’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손들고 허리 굽혀서 대화하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대북정책 전환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북이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의 직통라인을 중시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북은 지난해 10.4평화번영 선언 4항에서 최초로 남한정부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사자로 인정하였다. 남이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기존의 논리에서 벗어나 남측 정부의 실체를 분명히 인정한 것이다.

만일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현재 알려지듯이 대북정책의 기조와 접근방법에서 포용정책과 일괄타결을 시도할 경우 북미관계 진전의 폭은 예상보다 클 것이며 평화협정 체결 역시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 될 것이며 남한은 배제될 것이다. 한미동맹에 목을 건 이명박 정부의 근시안적인 대북정책으로 인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도 못하고 두눈 뜨고 지켜보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본이 납치문제로 인한 대북강경책으로 동북아 정세의 변화에서 주변인으로 전락했듯이 이명박 정부가 대북강경책을 고집하면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코리아 패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푸는 왕도 없다. 정상선언 이행의지 밝혀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0년의 남북관계는 잘못되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되며,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은 이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으로는 남북관계를 풀 수 없다. 이는 남북한 쌍방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만일 이러한 논리를 북이 인정하고 나온다면 이는 북이 지금까지 추진했던 남북대화와 협력을 부정하는 것이 되며, 북의 최고 지도자가 서명한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 선언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곧 북의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이와 같은 논리라면, 북이 굴복하고 나오기 전에 남이 먼저 북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역시 남이 북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 되고 만다. 즉 어느 한쪽이 굴복해야 대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승자박(自繩自縛)적 논리에서 이명박 정부는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야말로 실용적인 입장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접근법을 전환해야 한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악의적 대북 무시정책을 지속한단면 개성공단에 투자된 1조 4천억원을 물거품이 되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이 줄도산 될지도 모른다. 또한 남북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 환율불안과 주식시장 불안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는 코리아리스크까지 더해져 어디까지 추락할 지 예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급히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선언을 7.4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와 함께 남북의 여러 합의들 중 하나로 취급하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정책에서 벗어나 이에 대한 분명한 지지와 이행의사를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특사파견이나 대북인도적 지원과 같은 세부적인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글. 평화뉴스 김두현 객원기자(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