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5천만 동포와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밝혀졌다. 그 동안 어뢰.기뢰에 의한 피격설, 피로 파괴, 미군의 조작설 등 사건이 주는 충격의 파장에 비례하여 수없이 많은 가설과 의혹들이 제기되었는데 결국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에 격침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북한의 어뢰에 격침되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서 잠시 망연자실했다. 2010년의 대한민국에서 과연 우리 해군 함정이 남의 나라의 잠수함에서 쏜 어뢰에 피격되었다는 현실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표현은 남의 나라라고 했지만 결국엔 우리는 한 민족이요 한 나라인데 어떻게 동족을 향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치명적인 살상 무기를 써서 46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 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도 막연하게 북한에 대한 동정심이 있었다. 비록 강대국간의 이해 다툼과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오랜 세월 비극적인 분단국가로 남아있지만 북한이 남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우리는 원래부터 한 민족이었고 한 국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분단의 상황은 비정상이며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한반도에는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또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가능한 한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고 또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대가 없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가 나로 하여금 너무도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과연 그들은 내가 믿었던 한 민족일까? 과연 그들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과연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아무런 이유 없이 총질을 해대는 테러의 대상인가? 대한민국이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그다지도 잘못했길래 이렇듯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해야 하는가?

그들은 특수부대를 보내서 청와대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들은 테러범을 보내어 대통령 부인을 살해했다. 그들은 대통령과 고위 각료를 해치려고 아웅산에서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그들은 민간 항공기를 폭파시켜서 수 백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그들은 잠수정을 통해 특수 부대를 남파시키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인들 다수가 희생되었다. 그들은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걸핏하면 대한민국과 주변국들을 위협했다. 그들은 금강산 관광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대한민국의 자산을 몰수했다. 그 이전에 관광객을 총으로 쏴 죽였다.

이 모든 사건들에 대한 북한의 대답은 무엇이었는가? 모른다. 날조다. 조작이다. 책임없다.

난 정치 같은 것 잘 모른다. 외교도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알 것 같다. 북한은 그 동안 대한민국과 그 국민들을 너무도 많이 우롱하고 모욕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앞으로도 천안함과 같은 사고는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들에게는 항상 열려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 다시는 거짓말로 대한민국은 우롱하고 모욕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시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말뿐인 단호한 대처가 아니라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을 사죄하고 다시는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받아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성하고 사과할 때까지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난 이번 기회에 분명히 알았다. 그들은 한 동포이기에 앞서 언제든지 우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적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우리 자신과 우리 가족과 우리 나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군이 더욱 깨어 있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도 북한에 대한 모든 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우방들도 진정한 우방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기를 바란다.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만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가장 첫 단추임을 분명하게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