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 열 객원 大記者

흔히 국론분열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모두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만 생기면 저마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를 함부로 지껄이는 통에 나라 전체가 말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대는 수가 있다. 2년 전에는 아무 문제없는 미국 쇠고기를 놓고 광우병에 걸렸느니, 안 걸렸느니 하면서 싸우더니 이번에는 천안함을 놓고 또 그 짓을 반복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런데 그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때 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제만 쇠고기에서 천안함으로 바뀌었을 뿐 공격자와 수비자가 똑 같다. 정부는 언제나 수비자일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쇠고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우군들이 많다. 광우병으로 시달릴 때는 언론들조차 긴가 민가 하는 막연한 의심에 사로 잡혀 있었는데 이번 경우에는 확신을 가지고 정부를 지지하는 보도를 하고 있어 안정된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 당시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이라는 사람은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어떤 주간지에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25~60만 정도 사망했다”고 글을 썼다. 이 글은 도하 각 신문에 그대로 전재되었고 장관이라는 높은 지위에 올랐던 사람의 권위(?)에 너도나도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가 이번에 미국을 여행하면서 바로 그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사먹었다고 하니 쇠고기=광우병이라는 등식은 말짱 거짓말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명색이 한 나라의 장관을 지냈으면 그 직위에 알맞은 행동과 태도를 보여줘야지 시중의 양아치 같은 거조를 보인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와서 그렇게 쓰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인쇄된 실물이 남아 있는데 어쩌자는 것인가. 천안함 문제도 그렇다. 통일부장관을 한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북한 전문가다. 그런데 정세현이라는 사람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그럴 리 없다는 논리로는 납득을 시킬 수 없다. 객관적인 정황이 너무나 확실하기도 하지만 ‘국제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증거’를 외부에서 시비한다고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는 정체불명의 네티즌들이 북한 측의 변명을 그대로 옮기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나 한심하다. 광우병으로 길길이 날뛰던 모습이 그대로 복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천안함 폭발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정부의 과학적인 입증만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쌍끌이 어선의 도움으로 바다 밑 깊숙이 박혀있던 어뢰의 스크루가 건져 올려졌다. 완전범죄를 노리는 범죄자들은 나름대로 완벽한 시나리오에 의해서 범행을 수행한다. 흉측한 살인 범죄자들은 모두 이런 정도의 범죄수법에 익숙하다. 유영철이나 조두순이 저지른 범죄들도 자기 속셈으로는 증거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범죄자의 머리를 능가하는 과학 수사진이 펼쳐내는 기법에 그들은 꼼짝없이 사실을 불어야 했다.

아직도 살인만은 하지 않았다고 끝내 ‘과학’을 부인하는 악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자들도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만다. 지금 북한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수준이다.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라는 민족의 명령이다. “같은 민족끼리”를 전가의 보도로 써왔던 북한이기에 아무 죄도 없는 천안함 장병을 46명이나 죽음의 길로 몰아넣은 만행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라는 우리 국민의 요구는 하등 지나칠 것이 없다.

그러나 북한은 전면전을 운운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북한이 큰소리치는 것은 중국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대상국 중의 하나다.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유대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북한과의 혈맹임을 강조한다. 천안함 사건의 한 복판에서 김정일을 초청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중국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힘은 미국으로서도 열심히 설득하는 도리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한 가지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한국의 과학적인 ‘어뢰 입증’에 동조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명박대통령도 이를 강조하여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김정일 이름만 명시하지 않았을 뿐 북한정권의 책임을 못 박은 것은 최고 통수권자로서 당연한 책무다. 때마침 대통령의 통일자문의 핵심인 민주평통에서도 운영위원회를 열고 전 국민이 각성해야 할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은 시의적절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론을 분열시키는 야당과 몇몇 인사들의 철없는 발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무리 선거를 앞둔 시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지지 세력의 이탈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이성적인 국민이 돌아서면 거칠 게 없어진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무리들이 국론을 보듬어주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야 애국을 운위할 자격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