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가을 문턱에 들어섰다. 무더운 날씨는 계속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수확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예사롭지가 않다. 당연히 결실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어야 할 텐데 갈수록 어두워진다. 쌀값 때문이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날씨의 협조로 연이어 찾아온 풍년은 농민들에게 기쁨 대신 고통만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50만톤이 넘는 쌀이 전국의 창고에 가득 쌓여 있다. 적정 재고량이 약 72만 톤이 되는 데 두 배가 넘는 쌀이 창고에서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 달 후면 200만톤이 넘는 쌀이 쏟아져 나올텐데 보관창고도 없고 정부의 수매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넘치는 물량으로 쌀값이 폭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의 말대로 쌀을 동물용 사료로 써야할까. 그러면 우리의 정서가 용납할까. 조상의 혼이 담긴 이 쌀을 소, 돼지의 사료로 쓰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짓밟고 유린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있다.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2000년부터 매년 40만톤 가량의 쌀을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제 다시 재개해야 한다. 특히 홍수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 동포애적 차원에서라도 지원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풍년을 맞았으면서도 기뻐하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대다수 농민들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경색되어있는 남북한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다.

물론 지난 정부 때 도와주었던 쌀이 북한 주민들에게 가지 않고 군량미로 쓰였단 추측도 있다. 또한 특권층이 가로채 선군정치의 자금으로 쓰였다는 말도 있었다. 해서 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지원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수만은 없다. 농촌의 현실이 너무 다급하기 때문이다. 대북 지원 쌀의 분배가 계속 문제가 된다면 UN등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국제사회 감시 하에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오늘 신문(8월 31일)에서 ‘정부는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100억원 상당의 수해 지원을 위한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도 농민생존권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뤄둘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