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란 녀석 덕분에 긴장이 풀려 주로 늦잠을 자던 내가 그날은 왠지 모를 이끌림에 이른 새벽 눈을 뜨게 되었다.

간만에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맑디맑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까지 부리며 통일기행캠프를 참가하기 위해 출발 장소인 시민회관으로 향하였다.

나는 영주시청소년지원센터의 인솔교사로 이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현재 경북전문대학 경찰경호행정계열 재학생으로서 청소년지원센터와는 방학기간동안 노동부에서 주최하는 청년직장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연이 닿게 되었다.

이번 캠프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영주시 협의회 주최 하에 영주시청소년지원센터의 중?고 또래도우미, 필통봉사단, 참여위원 90여명의 학생들과 인솔교사들 총 100여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같은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도 아니고 친 동생들의 친구뻘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이유 없이 막막하기도 했지만 일단 떠난다는 생각에 설레임반 기대 반 걱정 반인 뒤숭숭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출발하였다.

가는 내내 간식도 먹고 옆에 선생님과 담소도 나누고 유머러스한 기사님과 좋은 버스 안에서 영화도 보고 지칠만하면 휴게소에 들려 숨 한번 크게 쉬어주고 하다 보니 어느덧 도착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통일전망대로 들어가는 길목에선 위엄 있는 몸짓의 군인들이 신분확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괜히 엄숙해진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통일전망대로 향하였다.

버스에서 딱 내리자마자 내리쬐는 햇볕과 몸을 감싸는 더운 열기에 혀를 둘렀지만 파란빛으로 수를 놓은 해금강의 시원함과 사이사이 터줏대감마냥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륵불과 마리아상을 보다 보다보니까 더위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우리는 DMZ박물관 이라는 곳으로 향하였다.

DMZ라는 단어는 비무장지대란 뜻으로 이 박물관의 설립 배경은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의 상징인 DMZ를 통하여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전후 모습과, 휴전협정으로 탄생한 휴전선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 이로 인해 나타난 동족간 이산의 아픔, 지속되는 군사적인 충돌, 6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상태환경 등을 전시물이나 영상물로 재구성하여 열강국간의 이기주의와 현명하지 못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DMZ란 아픔을 남긴 역사적인 사건을 우리 후손들에게 시사 하기 위해서 설립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우리 민족의 아픔과 군인들의 잔임함등을 둘러보며 그 때의 아픔을 반도 못 미치겠지만 그래도 같은 민족인지라 피가 끓는 것을 잠시나마 느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을 하다가 막바지에 통일 기원 메시지를 작성하는 곳이 있었다.

센스 있게 또 한마디 적고 내 소원까지 적어주며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맨 위쪽에 달아놓고 왔다.

그렇게 몇 년 뒤에 확인 하러 오겠다는 생각을 하며 예전 대통령들의 별장을 구경하러 이동을 하였다.

넓게 펼쳐진 바다 탓이었을까 충동적으로 바다를 보자마자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에 발을 띄려했지만 입장이 그런 입장이 아닌지라 조심조심 내려가 살짝 발을 담갔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발도 시원하고 경치도 좋고 삼박자가 갖춰지는 게 그야말로 끝내줬다.

그렇게 별장도 둘러본 우리는 22사단 신병부대로 향하였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애교스런 인사를 건네던 군인어린이들 훈련을 끝내고 힘들 법도 한데 경례자세를 하는 모습을 보니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짐을 풀고 인원 정리도 하고 먼저 급하게 씻은 뒤 밥을 먹으러 향하였다.

군대 짬밥... 군대에 대한 뉴스거리들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는데 우리가 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메뉴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괜찮았다.

평소엔 집에서도 잘 하지 않았던 설거지도 하고 말이다.

남자들이 만들었단 솜씨치고는 여자인 나보다 많이 좋아서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렇게 식사후엔 학생들은 영화를 보러 강당으로 향하였다.

인원 정렬시키고 영화가 시작한 뒤엔 나와 담당자선생님은 그곳에서 근무하는 어여쁜 군인언니와 담소를 나누었다.

평소 경찰과 군인에 관심이 많던 나로썬 물 만난 고기처럼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거 같다.

그렇게 하루일과를 마치고 우리는 시간마다 돌아가며 보초라는 것도 서 보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모기한테 수혈도 해주다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그렇게 아쉬운 하루가 지나고 우리는 두 어깨위에 곰한마리를 짊어지고 그 다음 일정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군부대에 가서 탱크에 대해 설명도 듣고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설명을 듣던 중 가격에 혀를 두르기도 했지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처음이라서 인지 내리 쬐는 뜨거운 태양 밑에서도 땀 흘려가며 우린 열심히 구경을 하였다. 그렇게 이곳 저곳 둘러보고 시원한 강당 같은곳에 앉아 북한과 우리의 입장과 앞으로 전쟁여부나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천안함사건 등에 대한 강의를 듣다보니 어느덧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우린 집에 간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행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아쉬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영주에 돌아와 우린 소중한 추억하나 가슴에 담은채 각자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1박2일 어떻게 보면 짧고 어떻게 보면 긴 시간.

한 여름 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태어나서 쉽게 접해볼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질과 양이 보충되어 더 많은 감동과 지식을 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신 분 들게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