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기대와 감격으로 몰아넣었던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0년이 지났다. 금방 통일이 될 것 같았던 분위기는 시들어지고 이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국제사회의 자국 중심의 판단과 남북간의 대치상태는 많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새 정부의 임기도 반환점을 돌아서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통일정책 추진과정에서 제기되었던 국민적 비판을 수용,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생산성 있는 남북관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통일정책 추진방식을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이른바 '비핵 개방 3000'이나 '그랜드 바겐'을 통해서 남북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용적이고 생산성 있는 화해나 협력의 모습보다는 극단적인 불신과 대결의 모습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에게 기대보다는 불안과 염려를 안겨주었다. 특히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결과 비방만 있을 뿐이다. 주변국가 뿐 아니라 남북 양측으로부터 전쟁 발언이 공공연히 터져 나와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려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요즘 들어서 다행히 납북된 대승호 선원의 건강한 귀환과 북쪽 수재민을 돕기 위한 쌀 지원 문제가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남북이 화해와 상생의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수동적이고 떠밀려서 하는 인상으로 보여진다. 답답함이 느껴진다. 남북은 역사적으로 이처럼 대화가 꽉 막혔을 때마다 물꼬를 터온 지혜를 발휘해왔다.

최근 여러 현상들을 볼 때 정부는 남북 간의 경색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을 시도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정상회담은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민족적 과제 해결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며 그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그 동안에 제기되었던 모든 우려와 불신을 잠재우고 민족에 희망을 주었다. 또한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면 남북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루 빨리 남북의 정상이 만나야 한다. 소모적인 대결과 비방을 피해서 화해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하여 주변국에 의해 조정되는 남북관계가 아닌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