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교사라는 꿈을가지고 사범대학에 재학중인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이런 곳에 글을 제대로 남겨보는 것이 처음인지라 어색하네요.

저는 윤리교육과를 복수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전공필수로 <통일교육론>라는 강의를 들어야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어쩌다 보니 <통일교육론>과 <남북한관계이해> 이 두과목을 듣게 되어 그쪽 방면에 관해 이런 저런 관심도 생기고 '북한'에 대해서, '통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그러던중 얼마전 <통일교육론> 강의시간에 담당 교수님께서 탈북자 분을 초청하여

생생한 강의를 들려주시겠다고 공지하셨습니다. 저는 탈북자 분을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었기에

그 분을 만나는 것이 정말 기대되었고, 그분이 들려주실 강의 또한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질문을 미리 적어 내라고 할때에도 에이포 용지 빽빽하게 궁금한 점을 적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의 강의였습니다. 수업에 가니 강의실 앞에 한 여자분께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뭐랄까 저희가 이미 북한 분이 오실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분이 정말 북한 사람처럼 생기셨다는 이야기를 친구와 주고받았습니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물론 남쪽 여자지만요^^;) 정말 그 옛말처럼 곱디 곱게 생기신 호감가는 분이셨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고 저희는 약 한 시간의 강연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분의 강의를 경청하였습니다.

30명 남짓되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모두 프레젠테이션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는 옆자리에 앉은 제 친구와 그 분의 말이 끝날 때 마다 경악에 찬 눈을 하고 서로를 쳐다봤던 것과,

그 분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때때로 재미있는 멘트를 던지실때 서로 마주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강연이 정말 흥미진진하고 유익해서 저는 북한에서 오신 분이(북한 사람을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저렇게 강연을 잘 하실까 신기해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분 자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때 북한에서 선생님을 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탈북자 분은 2005년 탈북을 하셔서 남한에 오셨다고 합니다.

정말 2005년 이전의 생생한 북한의 모습과 여러가지 사실들을 우리에게 프레젠테이션 빽빽히,

거기다 흥미로운 사진들까지 추가해 함께 보여주시는데
저희는 하나 같이 다 새로운 내용들이라 경악에 차기도 하고,

너무 황당한 사실들에는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였습니다.

(웃음을 터트린 부분은 어뢰발사게임기 입니다....약간 씁쓸한 웃음이기는 했는데

친구에게 1번..이라고 말하며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정말 많습니다. 여기에 일일이 다 쓰고 싶지만 그럴 순 없을 것 같고,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북한이 우리들의 상상 이상의 비정상적인 국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떻게 지구 상에 저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지구 상에 저런 정부가 있을 수가 있는지...

김일성과 김정일의 우상화에 대해서도 정말 구체적으로 실례를 들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때는 꼭 우상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고,

초등학교에 걸려 있는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닦다가 유리를 깨면 권위 훼손죄로 잡혀 가고,,,,,,

그렇게 비상식적이고 비인륜적인 북한 정부의 북한 주민 탄압에 너무 너무 화가났고,

그들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하면서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는

정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눈물의 두만강, 도망강이라고 아시는지요?

저는 두만강이 그렇게 불리우고 있다는 사실을 그 강연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들이 자유를 원해 죽을 각오를 하고 찾아오는,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힘들게 찾아오는,

우리나라에 살고있는 저희들은 그들에게 있어 너무 무관심해왔습니다. 지금도 그러합니다.

저조차도 이번 강의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생각들은 다른 해야만 하는수많은 생각들에

밀리고 밀려나 이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강한 소망이 있습니다. 그 소망이 통일이냐구요? 네, 맞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한 모든 말들의 결론을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로

맺지는 않을 것입니다. 통일, 물론 되어야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인식 변화입니다.

너무 식상한 말이라구요? 저는 탈북자 분의 강연을 들으면서 이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옹호하면 빨갱이라고 몰고, 북한에 대해 뿌리 깊은 증오를 가진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의 인식 변화, 그런 것은 21살의 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 나이대, 정말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고,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는 저와같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강연이라던지, 교육의 기회가 정말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통일 문제&북한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

통일에 대한 가치관을 자기 자신이 주체적으로 형성해볼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가치관이 좋든 나쁘든 그것은 개개인의 책임질 문제입니다.

많은 사실과 정보를 접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사고를 통해 형성된 통일에 대한 가치관을

확고하게 가진 젊은이들이 미래사회의 주역이 된다면 저는 감히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저는 교수님 덕분에, 그 탈북자 분 덕분에 정말로 귀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강연을 듣고 제 친한 친구들에게 이 강연에 대한 제 소감을 정말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제 생각을 알리고 싶어서 찾다가 찾다가 이 사이트에 들어왔습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무거워지고, 길어졌네요..

그치만 저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탈북자 이나경 씨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나경씨의 강연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그 분께 한 학생이 탈북 과정을 좀 자세히 듣고 싶다고 질문하자

그것은 일부러 강연할 때 생략했다고, 그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 강연을 이을 수가 없다고

정중히 말씀하시던 그 분이 때때로 생각납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반주에 맞추어 즉석에서 멋지게 불러주시던 그 분의 고운 목소리가 때때로 생각납니다.

과거 힘들었던 만큼 우리나라에서 적응 잘 하시고,

이제는 그분께 행복한 일,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막상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도 설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들끼리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남한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 북한사람들이 적응하기란

어린 제 생각에도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어쨋든 이러한 강연의 기회를 '누가' 많이 열어 주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제 친구들이, 많은 사람들이 북한 주민의 생활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순간도 이나경씨가 학생들이 빽빽히 찬 곳에서 열정적으로 강연하고 계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리고 그러고 계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