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황흥룡ㅣ2011.07.07ㅣ조회수 :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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統一槪念의 통일부터
황흥룡│동아시아문제연구소 소장
통일신문
요즘 통일준비 공론화 사업이 분주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통일! 통일!’하면서, 용어는 같이 쓰고 있지만 머리속에 그리고 있는 통일의 모습과 방법 그리고 과정은 모두 제 각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이 말하는 통일과 우리가 말하는 통일의 뜻이 다르고, 따라서 방법도 다르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남북이 그렇게 통일을 앞세우면서도 성과가 없는 것은 사실은 통일개념이 다르다는데 더 큰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북간의 통일개념에 차이가 나는 것은 이념과 제도의 차이가 아직은 크기 때문이라고 접어두더라도, 같은 체제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까지도 서로 다른 개념의 통일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용어만 ‘통일’로 통일해서 쓰고 있다면 그 열기가 아무리 높고, 논의가 아무리 활성화 되더라도 거기에 구심력은 없고 원심력만 작용함으로써 허무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방안에 합의하기 위하여 그 전에 마땅히 통일개념의 통일, 통일개념의 합의부터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선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통일개념은 대체로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부터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 정부의 통일개념과 소위 운동권의 통일개념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제도권의 통일개념이나 통일정책과 비제도권의 그것도 같지 않다, 노년층과 청소년층의 통일개념도 다르다. 마치 통일은 실체로서 바로 눈앞에 있는데 누군가가 이를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손을 뻗어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아 결국은 이루지도 못하고 외쳐대다 말 환상에 불과한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진정으로 통일을 이룩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어서 안되는 것이지 방법이 없어서 안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뜨거운 의지와 냉철한 이성으로 잘만 접근해 나가면 통일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남북관계는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통일논의와 운동의 열기가 높아지면서도 오히려 그것이 진정한 힘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국론분열 현상까지 빚고 있는 것은 이처럼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모습을 통일이라고 볼 것인가에 합의가 없었고, 어떻게 통일을 이룰 것인가에도 뚜렷한 일치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념이 다른데 과정과 방법을 놓고 격론을 벌인들 어찌 결론에 쉽사리 도달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통일논의가 이처럼 어지러운 가운데 대다수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던 통일은 대체로 공간 회복의 통일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분단의 장벽을 해소하여 민족 전체의 생존권과 생활영역을 확대, 발전시키는 일이 곧 통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여기에는 분단 이전에 우리 민족이 공유했던 문화와 전통을 회복하여 하나의 문화공동체로 발전해 나간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이러한 공간회복의 통일발상은 일종의 정태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을 공간회복의 문제로만 생각하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간의 문제로 이해하는데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통일논의는 비로소 올바른 방향을 잡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와 평등이 조화된 민주 복지사회로의 새로운 통일조국의 미래상을 향하여 민족의 통일접근 노력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