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야 승환이 데리고 잠시 내려오거라” 1학년 이후로는 나를 잘 부르지 않으시던 이경오 선생님께서 날 부르셨다. 내려가니 선생님이 통일디베이트 대회 대표로 뽑혔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이 내가 디베이트와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내가 17년간 살아오면서 해 본 토론이라고는 친구들과 하는 언쟁,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하는 일상적인 대화 뿐이었다. 난 가슴이 설레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드디어 규칙에 의한 토론을 한다는 점이 너무나 가슴을 뛰게 했다. 한편으로는 학교대표로 뽑힌 만큼 잘 할 수 있을까, 또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아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못 할 거 없다는 마인드로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매뉴얼대로 2명의 팀원들을 더 모집했다. 3학년과 2학년에서 한 명씩 더 뽑아서 자료수집에 착수했다. 나는 자료수집을 하면서 정확하고 출처가 분명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고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자주 쓰던 네이버는 신뢰도가 20%밖에 되지 않고 주제가 통일에 관련된 자료인 만큼 접근 할 수 없는 자료도 있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모으기 시작한 자료는 꽤 쌓이고 싸여 제대로 된 디베이트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 되었다. 토요휴무일을 반납하고 학교에서 연습도 하였고 토요일 마다 하는 계발활동을 마치고 디베이트를 연습하고 자료를 검토하였다.

그렇게 결전에 날이 다가와서 경기도 성남으로 출발하였다. 3시간을 달려서 성남에 도착하니 다리가 후들거리는게 긴장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하나 같이 다 똑똑해 보이고 나보다 더 잘 할 것 같은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공식행사가 끝이 나고 조 추첨과 예선전이 진행되었다. 우리가 예선전을 치르게 된 학교는 우리보다 학년이 어린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경기를 치뤘다. 우리는 B팀이였기 때문에 2경기를 연달아서 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우리의 논리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사실 태어나서 처음 해 본 디베이트였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규칙들이 그 자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내 논리에 대해서 100% 다 펼쳐 내지 못한 점도 많이 아쉬웠다. 긴장을 했던 탓인지 말문도 막혔고 평소 잘 인용하던 자료까지 금방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매우 당황했었다. 그러나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좀 편해지고 수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예선전을 끝낸 뒤 저녁을 먹고 16강 진출자 발표를 하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팀원들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16강 진출학교 중 우리 학교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고 허망하면서도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추첨으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예선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품에 안게 되니 상당히 우울해졌다. 팀원들 멍해져있었지만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오 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였다.

몇가지 재밌는 행사들을 마치고 나서 숙소에서 우리끼리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근데 나는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아무도 학생들에게 자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매우 좋았다. 보통 이러한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취침시간을 엄수해야만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것들을 강요하지 않는 다는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내일 당장 대회가 있는 아이들은 자유롭게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 아이들대로 다른학교 아이들과 친분을 쌓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는 이 점이 매우 감명깊었고 이 대회의 많은 장점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이튿날 16강이 치러지는 시간에 본선 진출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만남의 광장이라는 영화보게 되었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여기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16강전부터 관람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진출하지 못한 본선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디베이트가 이루어 지고 있으며 배울 점은 철저히 배우고 또 자기들이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결승전을 통해서 그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배우고 반성할 수 있는 폭을 확장 시켰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면 특별한 강연이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관람을 하고 결승전을 보았는데 결승전인 만큼 실력들이 상당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과 정해진 시간을 적절히 이용하고 정보에 대한 깊이가 상당히 좋았다. 토론의 스킬이나 정보를 말할 때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하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느끼고 우리의 부족한 점을 느낄 수 있었던 결승전이였다.

대륜중학교의 우승으로 이번 대회는 끝났지만 예선탈락을 한 입장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자료준비의 미흡성이나 말하는 속도 어조 등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주제가 좀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국에서 45개의 학교가 모인 만큼 3~4개의 주제정도는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2개의 주제는 좀 적다는 것을 느꼈다. 또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디베이트 대회도 앞으로 개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가 첫 번째 대회인만큼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3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지속적으로 대회에 참가 할 수 있게 하여서 나는 물론이고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더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자유로운 연구분위기나 숙소 시설은 매우 좋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더 바라는 부분은 없다. 아울러 이러한 좋은 기회를 주신 민주평통 관계자 분들과 디베이트 협회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쉬운 것도 많았고 배운것도 많았던 통일 디베이트 대회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소감문을 마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