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을 맞아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적대로 현 정부 들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길고 긴 경색국면의 시작인지, 아니면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과도기적 조정기인지는 쉽사리 단언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과거 냉전시대의 논리에 기반한 압박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10년간 추진되어 왔던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대북 포용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과거 정부와 확연히 다른 점은 북한을 포용은 하되 '원칙있게' 포용한다는 점이며, 대북 '포용'이 목적이 아닌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분명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을 포함한 그간의 모든 남북간 합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이의 이행방안 협의를 위한 전면적 대화를 북한에 제의했다. 만약 북한이 우리 측의 제의를 수용한다면 10·4선언의 이행문제도 진지하게 논의될 것이다. 10·4선언에는 현실적으로 당장 실천 가능한 것과 장기적 과제로 넘길 것, 또한 사업내용이 새롭게 조정되어야 할 부분도 있다. 지난 정부가 임기말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은 상당수 국민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시냇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마시게는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북한의 개방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면적인 개방을 단숨에 하라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도록 돕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즉, 건설적인 변화를 북한 스스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북핵문제 해결이 더디게 진행되는데 대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핵'을 포기하고 정상국가가 되겠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다. 그러나 북한은 북미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는 기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안보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질 수 있는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상황의 조성을 위해 우리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의 남북관계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처럼 경협이나 대북지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정치·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지난 7월 금강산에서 우리 국민이 피격되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국회 개원연설, 건국 60주년 경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내지역회의 개회 등을 통해 전면적 대화 재개와 진정한 대북지원 의사를 천명한 바 있다. 이제 북한도 의심과 회의를 거두고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 출범에 따른 팽팽한 탐색의 끈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명박 대통령도 말하였듯이 "우리가 남이가? 탐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