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2010년 한해를 시작하는 초입에 남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가감 없이 교환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년간의 남북간 갈등과 조정 국면을 마무리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양 정부 간에는 관계회복을 위한 선결 과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 기조는 관계 증진에 대한 적극적 사고를 시작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올 한해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의 신년공동사설은 예전과는 완연히 다르다. 사설에서 경제분야를 우선적으로 언급한 것은 15년 만에 일로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또한 과거의 일상적인 정치군사적 구호에서 탈피하여, 우리 정부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 없었고 남북 관계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역시 북한의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와 비핵화 진전, 상시적 대화창구 상설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시했다. 고민이 있겠지만 북한은 결국에는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북한이 대남관계 진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북미관계 진전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둘째,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서는 대내적인 경제문제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데 남한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미 선군노선 기치 아래 두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능력 확대를 통해 나름대로 안보문제를 해결한 북한지도부는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열겠다는 인민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리고 체제불안 해소와 후계구도의 안정적 기반 조성을 위해서도 신년공동사설의 핵심화두인 인민생활 향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현 국가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며 외부로부터의 지원과 경협이 절대적인데 중국의 협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남한의 지속적이고 체계적 지원이 요청되는 현실이다.

북한이 남북간 전면적인 관계 진전을 원한다면 우리와의 핵문제 논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일정부분 협력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북한은 남북간 핵문제 논의의 불가피성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양자간 정치ㆍ군사적 논의단계를 발전시켜 나가지 않고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는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구축을 북핵 폐기와 연결시켜 나감으로써 '그랜드바겐' 구상의 실천력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남북은 운용의 유연성을 살려내면서 충분히 성공적인 결실을 이끌어낼 것으로 확신한다.

북한이 우려하는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은 적지 않은 문제점 때문에 우리 정부와 국민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변국들도 결코 바라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담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 및 최근의 '그랜드바겐' 구상에 담겨있는 핵심 요체가 남북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경제 공동체 형성과 통일을 향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이제 2010년을 남북 관계의 대전환을 가져오고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인 평화 구도를 열어가는 대결단의 서막이 열리는 한해가 되도록 해야한다.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정상화, 동북아안보 및 경제 협력체 구축 등 무한하고 창조적인 협력 구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단초를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에 착수하는 것이다.

핵 포기에 대한 결단을 내림으로써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대내외의 협력적 추동력을 확보하며 세계경제의 정상적 일원으로 변화해 가는 북한을 진정으로 기대하고 싶다.

출처 : 전남일보(2010. 01.15)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