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10.15 전문가 대토론회… 민주평통-코리아정책연구원 공동 주최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장 김병일)는 10월 15일 오후 1시 강원도 설악 대명리조트에서 전문가 30여명을 초청, ‘통일비용,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평통과 코리아정책연구원(원장 유호열 고려대 교수)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학계, 언론계, 관계, 정치권 등 각계 전문가들이 고루 참여하여 △통일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분단관리에서 통일대비로, △통일비용 개념 정립 및 접근방법, △통일비용 규모와 조성방안, △통일기금의 정치·경제적 가치와 활용방안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 김병일 사무처장(왼쪽)과

유호열 원장(오른쪽)

김병일 사무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며,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 통일”이라고 말하고 “통일비용 논의는 실질적 통일준비의 첫걸음으로서, 통일비용에 대한 심적 부담과 두려움으로 통일의지와 희망이 꺽이어서는 통일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날 논의되는 전문가들의 소중한 의견이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고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유호열 원장은 환영사에서 “통일은 단계별, 점진적으로 달성할 수 이지만 갑작스레 통일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이에 소요될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여력을 지금부터 갖추어 나가야 그같은 통일의 기회를 우리 것으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영수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제1회의 : 발표세션(5명), △제2회의 : 토론세션(참가자 전원)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 최진욱 박사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방비 감소 등 통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하지 않고 투입된 비용만 산정한 통일비용은 문제”라며, “과장된 통일비용이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고 있고, 통일대비 재원 마련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통일비용은 당장 현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지만 통일 편익은 대부분 다음 세대가 미래에 누릴 이득”이라고 말하고 “통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걷어낼 패러다임(인식의 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양운철 박사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통일대비 재원과 관련해 비용 자체에만 초점을 둠으로써 통일의 잠재적 이득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완전 소진돼 손실을 초래하는 비용과 잠재적 수익을 발생시켜 일종의 투자로 간주해야 할 비용을 구분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박사는 특히 “통일의 시점이나 방식보다는 통일 후 북한경제체제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환하는지가 통일비용 절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양문수 교수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통합 직전 동서독의 경제력 차이는 9.7배였지만 지난해 남북 경제규모 격차는 37.3배였다”며, “통일비용의 절감을 위해선 북한의 경제성장이 핵심적 요소로 제기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통일 이전에 남북 경제교류협력을 통해 민간의 참여폭을 확대시켜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통일비용 논의에서 국제금융기구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가와의 협력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찬일 박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통일기금이 자칫 북한만을 위한 ‘자선기금’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며 “통일의 수혜자는 7000만 민족 모두이며,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을 위해 금전적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파리의 개선문과 같은 상징성을 갖는 ‘통일문’을 군사분계선 인근이나 북한으로 향하는 관문에 설치해 통일기금을 내는 이들의 이름을 새겨 넣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 정낙근 박사

정낙근 여의도연구소 정책실장은 “현찰을 내고 미래의 어음을 잡아라고 하는 식의 현재의 통일세 논의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통일비용에 대한 발상과 접근법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기존의 거대 통일비용을 '통일비용'과 '新(한반도)국가건설자금'(가칭)으로 이분화하여 '실제 통일비용은 크지 않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기존 통일비용에서 투자 분리, 기간 축소, 통일직후 초기의 일정기간에 북한주민들의 긴급구호에 소요되는 비용만을 통일비용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통일비용 어떻게 준비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을 것인가’에 대해 참가자 전원이 참여한 토론세션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통일비용을 비용 측면에서 강조하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통일이 가져올 편익 측면에서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남북협력기금 활용 등 통일재원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결혼 시 결혼식 및 살림집 정도의 최소한 비용만 얘기하지, 아이들 교육비까지 미리 준비하고 결혼하지는 않는다”며 통일세 부담에 대한 지나친 의식을 경계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통일비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국민에게 매우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국민에게 통일담론을 제시하려면 비용보다는 통일혜택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통일 시 일자리 창출, 경제적 시너지효과 등 통일에 따른 혜택과 희망을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고,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 북한 경제가 정상화되도록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상임고문은 “통일 이전에는 남북협력기금에다 민간의 자발적 기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통일 가시화나 통일 이후에는 세금 등을 통해 한반도 발전기금 형태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점진적 통일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급진적 통일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면서 “통일 초기에 3∼4년간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보고, 그 이후에는 일정기간 북한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가는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다.<32명, 가나다 순>

-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장

- 김기웅 통일부 통일정책기획관

-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교수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김영수 서강대 교수(사회)

- 김종수 민주당 정책위 통일심의위원

-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 박종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

- 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

-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

- 안득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 안성호 충북대 교수

- 안종석 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발제)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발제)

-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발제)

-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 윤태용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 이계성 한국일보 논설위원

-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 이상만 중앙대 교수

-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

- 임강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전경만 한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정낙근 여의도연구소 정책실장(발제)

- 조건식 현대아산 상임고문

-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조영기 고려대 교수

-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발제)

-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 한명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