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

“사이버 통일 정부 시스템 구축할 것”

김병일 사무처장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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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7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사이타마대 대학원 정책과학과 석사. 프랑스 소르본느대 도시계획 및 지역개발학 박사.

⊙ 행정고시 22회 합격. 서울시 대변인, 서울시 경쟁력강화 추진본부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 2012여수엑스포 사무총장. 現 서원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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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헌법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이다. 전국 232개 시·군·구(市郡區) 및 해외 101개국에 1만7000여 명의 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이 대규모의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가 김병일(金丙一) 사무처장이다. 김 처장은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최장수, 최측근 대변인으로 일했다. 김 처장이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된 지 두 달 만인 지난 5월 25일, 정부는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정무직(차관급)으로 승격시켰다.

김 처장은 지난 3월 25일 취임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잘 아시다시피 저는 민주통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이 저를 왜 이 자리에 보내셨는가를 헤아리다 ‘아하! (통일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구나!’ 하는 깊은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장으로 계실 때 행정직인 저를 기술직만이 오가던 도시개발부서 뉴타운사업본부장에 임명하신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김 처장은 이 대통령이 자신을 사무처장에 임명한 이유를 “과거에 비해 위상과 역할이 약화된 민주평통을 일하고 성과 내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12일 오전 김 처장을 만났다.

민주평통은 지난 9월 말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주제로 사단법인 중국정경문화연구원과 <월간조선>(月刊朝鮮) 공동주관으로 한중(韓中)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김 처장은 한중 평화포럼 성과에 대해 “1992년 수교 후 경제적, 문화적으로 한중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통일 문제 면에서는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면서, “한중 간 경제 협력을 확대시켜서 한반도의 통일이 한중 양국의 이익과 일치되며 한반도 평화통일은 양국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 위에 동북아 평화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후 ‘통일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통일세, 통일비용에 대해 민주평통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통일비용 마련이 시급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독일 통일의 사례가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서 오는 논란이라고 봅니다. 독일의 통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급작스레 이루어졌고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독일 통일은 계산할 수 없을 만큼의 막대한 편익을 가져왔고 통일독일은 이제 세계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비교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중국과 홍콩의 경우에는 비용도 크게 들지 않았고 중국과 홍콩 양국 모두에 큰 편익을 주었습니다. 이와 같이 통일방법, 통일 이후 관리방법에 따라 통일비용은 매우 적게 들 수도 있습니다. 단 통일비용이 얼마가 되었건 이것은 일회성, 소모성 경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더욱 통일이 안되는 경우 소모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분단관리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비핵 개방 3000’ 원칙 일관되게 추진

한중 평화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병일 처장.

― 지난 9월 민주평통 내에 통일준비 TF를 구성했는데, 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겁니까.

“‘통일세’에 대한 거부감과 논란의 원인은 통일비용을 나와 상관없이 북한을 위해 써버리는 일회성 ‘소비’(expense)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있습니다. 더 큰 기회의 장으로 다가올 통일 이후를 대비한 ‘투자’(investment)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 민주평통은 지난 9월 ‘통일준비 TF’를 조직하여 1차로 ‘통일비용 개념과 사례 그리고 국민공감대 형성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도 ‘지역회의’와 ‘평화통일포럼’,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통일비용’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10월에는 정당·학계·언론계 인사가 참여하는 ‘통일비용 대토론회’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안을 도출했으며, 11월 개최되는 상임위원회를 목표로 ‘통일비용과 국민공감대 형성방안’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의장께 보고드릴 계획으로 있습니다.”

― 일각에서 현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습니다.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고, 바람직한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 개방 3000’이라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목표는 흡수통일과 같은 것이 아니고 상생(相生)과 공영(共榮) 상태를 우선 만들자는 것이지만 북은 여전히 적화통일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시부터 일방적으로 우리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하고, 우리 대북정책에 대해 흠집 내기를 일삼아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잘살도록 도와 남북이 모두 행복한 통일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북한은 이러한 우리의 대북정책을 왜곡하고 끊임없이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천안함을 폭침(爆枕)하고도 아직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제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북한을 도와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실용과 생산성, 유연성을 발휘하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이어갈 것입니다.”

한중 평화포럼 참석자인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 정종욱 전 주중대사(왼쪽부터)가 지난 9월 27일 서울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

매력적인 통일 디자인 준비 중

― 국민안보의식과 관련해, ‘국가안보의 매듭’으로 부르게 될 상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천안함 사건을 돌이켜보면, 정부의 명백한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등 우리 사회의 안보의식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외부의 적이 쳐들어오면 온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나라를 지켜온 훌륭한 전통이 있습니다. ‘국민 한마음 잇기 운동’은 이러한 전통을 되살려 국가안보를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매듭으로 이어 나라사랑, 가족사랑을 실천하자는 운동입니다. 민주평통은 ‘국가안보는 가족사랑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하에 태극을 상징하는 소박한 모양의 상징물(매듭 형태의 반지, 팔찌 등)을 보급하여 나라사랑을 표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 사무처장 취임 후 한 인터뷰에서 “남북통일을 설계하겠다”고 했는데, 설계도는 잘 그려지고 있습니까.

“통일문제는 ‘국민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이 납득하고 인정하는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죠. 그리고 통일은 상대가 있는 문제인 만큼, 북한이라는 상대를 어떻게 잘 설득해서 통일 디자인에 포함시키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 민주평통은 1차적으로는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한편, 통일문제에 무관심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정계, 학계, 재계, 언론계 인사들과 함께 북한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통일 디자인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가 통일 디자인의 기본 틀이 되겠지만, ‘통일’이 국가적 대계인 만큼, 기초공사가 튼튼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기초공사 격인 ‘국민합의의 정신’을 매순간 잊지 않고 설계도에 포함시켜 나갈 것입니다.”

민주평통의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에서는 “통일은 현실입니다”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 통일은 미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통일은 현실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물론 미래의 일이지만,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가까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을 먼 미래의 일이라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제쳐 두었다가 자칫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되면 독일과 같이 과다한 비용을 치러야 하거나, 남예멘처럼 퇴보적 통일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들과 함께 경각심을 공유하고자, 민주평통의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통일은 현실입니다’라는 문구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남북통일 향후 5년이 고비

지난 4월 22일 국회 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는 김병일 사무처장.

― 통일, 언제쯤 가능하리라고 보십니까.

“통일문제는 고차원적 복합방정식과 같습니다.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향후 5년이 고비라고 생각됩니다. 통일한국은 인구 8000만명의 ‘중견국가’로 엄청난 내수시장 및 대륙과 연결되는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하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지난 60년 동안 지불해 온 ‘분단비용’이 ‘통일비용’보다 더 크다는 것과 골드만삭스가 예측했듯이 2050년 통일한국의 GDP가 미국을 제외한 G7국가와 유사하거나 높을 거란 전망은 통일편익이 우리의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 통일에 부정적인 세력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떤 부류들이 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분단이 길어질수록 그런 사람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통일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통일의 편익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통일이 가져올 기회와 혜택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일이 바로 민주평통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바깥에서 보던 민주평통과 실제 안에 와서 본 민주평통에는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솔직히 바깥에서 볼 때는 관변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실제 들어와서 민주평통이 하는 일을 보고 놀랐습니다. 통일문제라는 것이 포괄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국정운영의 전반부터 지역 봉사활동까지 민주평통위원들이 하는 일이 다양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에도 놀랐습니다. 과거처럼 명함으로 생각하고 자리에 연연해 하던 자문위원들도 사라진 지 오래됐고 아무 대가 없이 국가를 위해, 지역을 위해 헌신,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신 분들이 너무나 많아서 민주평통이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통일에 대비해 통일이 되자마자 곧바로 북한 학생들이 사용할 교과서를 미리 제작해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혹시 대비하고 있습니까.

“북한 이탈주민들이 겪는 문제 중의 하나가 교육의 이질성, 언어의 이질성입니다. 이를 볼 때 남북 간 교육의 질적 차이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 학생들의 교육이나 교과서 문제는 꼭 준비해 나가야 할 부분이며, 이를 위해 민주평통 교육민족화합위원회를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한 정책건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처장에게 마지막으로 재임 중 꼭 실현하고 싶은 사업이나 정책이 있는가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변화’였다.

“그동안 통일문제도, 민주평통도 매너리즘 측면에 빠져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화하는 데 30년 전 기계를 가지고 돌리려고 하면 잘 돌아갈 리가 없죠. 디지털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추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주평통은 최초로 사이버상 통일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통일문제 전반에 대한 의사소통의 창구를 신설하고, 통일정세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각종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통일뱅크 시스템을 마련해서 통일논의를 확산시키고, 이를 토대로 적실한 자문건의가 이루어지는 통일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 사진 : 서경리 기자 글 : 김성동 기자 출처: 월간조선(11월호) ☞원문보기